September 26, 2006
Yangachi, the Project.
소위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양아치가 국내 예술계에서 점하고 있는 위치는 매우 독특하다. 넷아트, 웹아트라는 장르가 무엇인지, 어떻게 다른지, 과연 국내에는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속속 웹아티스트들의 사이트가 오픈되고 웹아트페스티벌이 열리던 2000년대 초반 양아치는 홀연히 나타났다. 프로그래밍에 기반한 인터랙션 디자인과 디지털미학에 대한 탐구, 플래시와 디렉터가 판치던 미디어아트 씬에 그는 디지털 문화에 대한 지극히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고민을 작업의 기저로 삼고, 뉴미디어 특히 인터넷에 대한 일반의 태도와 국내의 시스템환경에 딴지를 거는 작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을 ‘판위’에 올려 놓았던 작업은 2002년 첫 개인전을 통해 선보인 <양아치 조합>이다. 웹페이지를 가득 메운 조금은 낯설은 영문 텍스트들은 곧 ‘현대’ ‘재벌’ ‘금강산’ ‘원샷’ 등 우리 사회의 조각들을 드러내는 익숙하면서도 살짝 비틀어진 이름의 ‘상품’들임을 눈치채게 된다. 기묘한 온라인 쇼핑몰의 형태를 가장하고 있는 <양아치 조합>은 이렇게 첨예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이슈들을 웹을 통해 ‘판매하겠다’는 무모하리만치 직설적이고 대담한 단언을 내뱉는 양아치의 첫행보였다. 디지털 상업주의에 관한 그의 관심은 2004년 <하이퍼마켓>으로 이어지고, PC문화와 일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이 시대의 아이콘들, 라이프스타일 마저도 거대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탄생하고 변화하고 사라지는 hype, 과장된 찰라일 뿐이라는 제스쳐를 통해 <양아치 조합>에서 묵직해졌던 머리를 가벼운 듯 직관적이고 유머러스한 손짓으로 바꿔 놓는다.
양아치는 <전자정부>, <하이퍼마켓>, <핸드폰 방송국> 등의 작업과 ‘블로그-아트.오알지’, ‘미들 코리아’ ‘Parasite TMN’와 같은 공동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새로운 작가상을 제시해 왔다. 즉 스스로를 ‘네트워커’라고 자청하는 가운데 다른 작가들과 이론가, 큐레이터, 미디어 액티비스트들과 결탁하여 공동워크샵과 세미나, 베타테스트와 아카이브 전시들을 통해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가고, ‘작품’이 아닌 ‘아트 프로젝트’ 시대의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로 미디어 아트가 보여주는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작업실에 쳐박혀 천재적인 영감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예술작가 개념과 유일성의 신화를 거부하고, 랩(lab)에서 카페에서 협력자, 조력자들과 함께 논의하고 연구함으로써 보다 흥미롭고 새로운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즐기는 것이다. 종종 미디어 작가는 완결체로서의 오브제가 아니라 다양한 인터랙션과 새로운 경험과 사고가 가능한 유동적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사람들을 매개하는 매개자(medium)이자 타인의 창작물을 이용하는 전유자(appropriator), 동시에 공동의 협력작업을 이끌어내는 영리한 조력자(collaborator)의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이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은 때론 결과물을 감상하는 관객으로서, 때론 선택과 선별과정을 통해 작품창작에 참여하는 공동저자로서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다. 이러한 작가와 관객, 혹은 공동저작자로서의 역할혼용은 비단 미디어아트 뿐만 아니라 최근의 다양한 예술창작 활동에서 드러나는 현상이다.
양아치 또한 그간의 행보를 통해 매개자, 유저, 네트워커, 공동창작자, 프로젝트 매니저의 모습으로 변화를 거듭해왔다. 현재 진행중인
흥미로운 것은 양아치가 새로이 시도하고 있는 프린트 작업이다. 이전의 <양아치 조합>에서 <하이퍼마켓>으로의 행보 또한 온라인을 숙주로 삼았던 그가 오프라인으로까지 점차 활동 영역을 확장해 가려는 모습을 예고하였으나, <미들 코리아>는 소위 웹전문 작가로 역할해 온 양아치가 사진이라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오브제적 작업을 선보임으로써 기존 작업과는 완전히 다른 작업의 맥을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여러 측면에서의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인터넷이라는 매체 자체의 진화와 맞물린다. 네트워크는 이제 소위 ‘가상세계’에만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통신망만을 의미하지 않고 우리의 일상과 실제 공간으로 스며들고 있으며, 양아치 또한
미디어의 시스템 내부로 진입하는 프로덕션 보다는 미디어문화의 첨예한 이슈들을 (주로 웹을 통해) 재구성하거나 재현해왔던 그의 작업은 이제 본격적인 화해 혹은 역설적인 갈등의 단계로 접어든 듯하다. 미술계를 넘어 사회의 여러 지점과, 뉴미디어 문화의 정치문화적 이슈들과의 네트워킹을 시도해온 액티비스트로서의 양아치와 이를 시각적으로 소통하는 이미지 메이커로서의 간극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매개해 나갈지는 작가에게도 이를 바라보고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큰 도전인 동시에 흥미로운 숙제로 남아 있다.
허서정 (Art Center NABI, blog.naver.com/aqua7626)
Posted by Yangachi at September 26, 2006 01:2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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